이야기 스님의 미얀마 이야기 2.부자(富者)
2023. 9. 19 이야기 스님의 미얀마 이야기 2.부자
대구의 찟따수카(마음행복) 미얀마 절에 보시(기부)를 하는 미얀마인 유학생에게 ‘생활비도 부족할텐데 왜 보시를 하는지’ 물었다. 그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다음 생에 지금보다 더 좋으려고요, 지난 생에 저는 참 잘 살았나 봐요. 그래서 제가 이번 생에 잘 살 수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살고 싶어요, 절과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은 저는 기부랑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남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을 좋아해요. 왜냐하면 제가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해서 남에게도 선물을 자주 주고 싶어요.”
15년 전 처음 미얀마 양곤의 절에서 수행할 때 선업(착한 일) 쌓기를 정말 잘하는 신도들을 보면서 같이 수행하는 스님과는 이런 말을 했다. “아마도 미얀마인들은 죽으면 다들 천신이 되어 천상계에 태어날 거야.”라고. 스님들에게 보시를 정말 정성껏 하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돌아가신 부모의 기일이면 기일이라고, 기쁜 일이 생기면 기뻐서, 나쁘면 나쁜 업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한마디로 착한 일을 할 기회가 생기면 바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님을 돕고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레 바뀐 습관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 생일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는 날이란 인식이었는데, 지금은 생일이란 베푸는 날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래서 매년 생일을 위해 고마운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선물을 나누기 위한 돈을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 사회에서 ‘돈’은 그 어떤 종교보다 강한 신앙이며 권력이라고 한다. 사실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돈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종교 역시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세속화를 택하나... 그 길은 결국 종교의 도덕적인 성스러움을 잃어버리게 하여 종교인이나 세속인이나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종교에 의지하나 무당에 의지하나 돈에 의지하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아니, 불확실한 종교에 의지하기보다는 당장 지금 이익을 주는 돈에 의지하는 것이 현명한 삶이다. 그렇기에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한국인에게는 비구(불교 승려)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윤회의 두려움을 알아 빌어먹고 사는 비구가 되어 돈을 멀리하려 하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윤회를 믿는 미얀마인에게는 반대로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라고 축원해 준다. 꼭 부자가 되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보답을 하라고,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우라고, 그러한 과보로 천상계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고통 없는 삶을 살아가라고, 설사 삶에 대한 집착으로 계속 윤회하더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더 많은 이들을 도우라고,.. 이들 모두가 돈과 권력의 노예가 아닌 진정한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미얀마에서 다른 종교일지라도 세속적인 자신과 달리 금욕적인 삶을 사는 성직자들을 보면 기뻐하며 보시와 기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경험했다. 내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 다음 생의 복을 위한 가장 가성비 높은 미래 투자란 믿음일 것이다. 성직자들은 자신보다 높은 도덕성으로 속이지 않고 더 큰 보시로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보시하지 못하는 갓난아이는 부모가 아이의 이름으로 보시하고 나눔을 실천한다. 그 아이가 자라 보시할 능력이 되면 자라온 습관대로 좋고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으로 보시한다. 또 훗날 부모가 죽으면 부모를 기리며 부모의 이름으로 대신 보시한다. 이렇게 인과를 믿어 보시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부자가 되면 어릴 적 습관대로 많은 사람을 도울 것이고 더 많은 기쁨을 남에게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들은 바라는 대로 현생에서의 이익과 다음 생의 복을 이어갈 것이다.
이 삶에서 보시와 나눔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 모두 진정한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천국을 믿는 종교인이라면 천국에 가도록 부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를!
윤회를 바라는 종교인이라면 세세생생 행복한 존재로서 살아가도록 부자가 되어 많은 자비행과 보시를 하다가 죽고 또 태어나기를!
열반을 바라는 종교인이라면 이번 생을 마지막으로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 주고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를!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면 움켜쥐며 갖는 것의 기쁨보다 펼치고 주는 것의 기쁨을 알아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한 죽음 맞이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