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따까(전생담) 이야기에서 게송 부분은 불교 경전으로서 인정됩니다. 그러나 게송의 배경이 되는 전생이야기 부분은 다분히 구비 문학적 요소가 큽니다. 그런데 그 문학적 요소는 단순히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정신세계의 밑바탕을 이루었듯이,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는 자-따까의 이야기가 수 많은 우화, 민담, 설화, 전설에 영향을 주면서 동양 정신세계의 밑바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스님의 첫 이야기는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을 깜맛사까 업둥이의 입말로 번안한 작품입니다. 등장인물은 부처님과 ‘칸다(몸과 마음)’라는 남자입니다. 칸다는 아무리 높은 담장이라도 밧줄 하나만 있으면 ‘휙’하고 넘어가 강도짓을 일삼은 악명 높은 도둑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과 칸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있습니다. 자, 그럼, 칸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거미줄 (작가_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이야기_이야기스님)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극락의 연못가를 홀로 고요히 거닐고 계셨습니다. 연못에는 백옥처럼 하얀 연꽃들이 가득 피었고, 연꽃송이 한가운데 금빛 꽃술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으로 가득 풍겨 나왔습니다. 극락은 이제 막 아침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연못 가장자리에 잠시 멈춰서 비취색 연잎들 사이로 연못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극락의 연못은 지옥 밑바닥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맑은 물속으로 저승으로 가는 강 길인 삼도천과 날카로운 칼날 산의 모습이 수정 구슬을 통해 보듯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때 부처님의 눈에 저 아래 지옥 밑바닥에서 칸다라는 남자가 다른 죄인들과 함께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칸다는 사람을 죽이고 여러 악행을 일삼은 대도둑이었지만 그래도 딱 한 번, 착한 일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 착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칸다가 깊은 숲 속을 지나가다가 조그만 거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칸다는 습관대로 얼른 발을 들어서 거미를 ‘콱’ 밟아 죽이려고 하다가, "아니, 아니야, 아무리 작아도 생명이 있는데 그 생명을 함부로 뺏는 건 그래도 불쌍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거미를 살려준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칸다가 전생에 거미를 살려준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선행에 대한 보답으로 칸다를 지옥에서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비취색 연잎 위에 거미 한 마리가 아름다운 은빛 거미줄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거미줄을 한 손으로 살며시 집어서 백옥처럼 하얀 연꽃들 사이로, 아득히 깊은 저- 지옥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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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옥 밑바닥 피의 늪입니다. 칸다는 다른 죄인들과 함께 검붉은 핏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떴다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지옥 밑바닥은 어디를 둘러봐도 컴컴했고, 그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게 있다 싶으면 그건 무시무시한 칼날 산에 박혀있는 날카로운 칼들이었으니 더욱 섬뜩했습니다. 더구나 그곳은 무덤 속처럼 적막하여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죄인들이 내뱉는 작은 외마디 신음 소리뿐이었습니다.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동안 이미 온갖 지옥의 고통을 다 거치면서 지칠 대로 지쳐서 울음소리를 낼 힘조차 사라진 겁니다. 그러니 칸다가 제아무리 대도둑이었다 할지라도 피의 늪에 빠져서는 곧 숨이 넘어가려는 개구리처럼 그저 버둥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칸다가 핏물을 게우며 위를 보니, 컴컴하고 쥐 죽은 듯 괴괴한 어둠을 뚫고, 아득히 먼 저 하늘에서 은빛 거미줄이, 마치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듯이, 가늘게 반짝거리며 살며시, 자기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게 아닙니까. 칸다는 이걸 보자 무심코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 줄을 잡고 올라가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아니, 잘만 간다면 극락에도 갈 수 있겠지요. 그러면 더 이상 칼날 산을 오르내릴 일도 피의 늪에 잠길 일도 없을 겁니다.
칸다는 얼른 은빛 거미줄을 두 손으로 단단히 거머쥐고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위로, 위로,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대도둑이었으니 줄타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죠.
하지만 지옥과 극락 사이 거리는 너무나 멀기에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지옥 하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지쳐버린 칸다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잠시 쉬며 거미줄 중간에 매달린 채 밑을 내려다봤습니다.
오호! 열심히 올라간 보람이 있어서 피의 늪은 어느새 어둠 속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반짝거리던 무시무시한 칼날 산도 저 발밑에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칸다는 거미줄을 꽉 감아쥐며 지옥 밑바닥에 떨어진 이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목소리로 "됐다, 됐어."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거미줄 저 아래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인들이 마치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칸다는 너무 놀라고 두려워 순간 멍하게 입을 벌린 채 눈알만 뒤룩거렸습니다. 자기 혼자라도 끊어질 것 같은 이 가느다란 거미줄이 어떻게 저 많은 사람의 무게를 견디겠습니까. 만약 도중에 끊어진다면 겨우 여기까지 올라온 자기마저도 지옥으로 다시 떨어지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큰일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몇백, 몇천 명의 죄인들이 검붉은 피의 늪 밑바닥에서 꾸역꾸역 거미줄 아래로 몰려와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거미줄은 뚝 끊어지고 말 겁니다.
그래서 칸다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며 발을 굴렀습니다.
"야, 이 도둑놈들아. 이 줄은 내 거야. 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올라오는 거야. 내려가. 당장 내려가."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미줄이 갑자기 칸다의 손에서 ‘두둑’ 소리를 내며 끊어졌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칸다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팽이처럼 핑핑 돌면서 어둠 속 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 후 지옥의 허공에는 극락에서 내려온 은빛 거미줄만이 희미하게 반짝거리며, 달도 별도 없는 하늘 중간에서 대롱대롱 흔들릴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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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극락 연못의 가장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셨습니다. 이윽고 칸다가 피의 늪 밑바닥으로 완전히 가라앉자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다시 고요하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극락의 연못에 핀 연꽃들은 그런 일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백옥처럼 새하얀 연꽃은 부처님의 발아래에서 하늘하늘 꽃받침을 흔들고 연꽃송이 한가운데 금빛 꽃술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으로 가득 넘쳐흘렀습니다. 극락은 어느덧 한낮이 되었습니다.
첫 이야기는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이란 작품을 입말로 번안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부처님과 ‘칸다(몸과 마음)’라는 남자입니다. 칸다는 아무리 높은 담장이라도 밧줄 하나만 있으면 ‘휙’하고 넘어가 살인과 강도짓을 일삼은 대도둑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과 칸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있습니다. 자, 그럼, 칸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업둥이의 목소리로 들어봅시다
(이야기꾼 : 천천히 그윽한 꽃향기와 함께 진언을 읆조리며 등장)
가테, 가테, 빠라가테, 빠라상가테, 보디스바하.
(이야기꾼 : 무대 가운데 서서 관객들의 극락의 모습을 묘사)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극락의 연못가를 홀로 고요히 거닐고 계셨습니다. 연못에는 백옥처럼 하얀 연꽃들이 가득 피었고, 연꽃송이 가운데의 금빛 꽃술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으로 가득 넘쳐흘렀습니다. 그렇게 극락의 아침은 시작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연못 가장자리에 잠시 멈춰서 비취색 연잎들 사이로 연못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극락의 연못은 지옥 밑바닥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맑은 물속으로 저승으로 가는 강인 삼도천과 날카로운 칼 산 모습이 수정 구슬을 통해 보듯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때 부처님의 눈에 저 아래 지옥 밑바닥에서 칸다라는 남자가 다른 죄인들과 함께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칸다는 사람을 죽이고 여러 악행을 일삼은 대도둑이었지만 평생 딱 한 번, 착한 일을 한 적이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 착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어느날 칸다가 깊은 숲 속을 지나가다가 자그만 거미 한 마리가 발밑으로 기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칸다는 평소 습관대로 발을 들어서 거미를 ‘콱’ 밟아 죽이려고 하다가, "아니, 아니, 이 작은 거미도 목숨이 있는데 그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건 아무리 그래도 불쌍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거미를 살려준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칸다가 전생에 거미를 살려준 적이 한 번 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선업의 힘으로 칸다를 지옥에서 구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그때 비취색 연잎 위에 거미 한 마리가 아름다운 은빛 거미줄을 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거미줄을 한 손으로 살며시 집어서 백옥처럼 하얀 연꽃들 사이로, 아득히 깊은 저- 지옥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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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 붉은 천을 펼치며 지옥의 모습을 묘사)
여기는 지옥 밑바닥 피의 연못입니다. 칸다는 다른 죄인들과 함께 검붉은 핏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떳다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지옥 밑바닥은 어디를 둘러봐도 컴컴했고,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게 있다면 그건 무시무시한 칼 산의 날카로운 칼날 바늘이었으니, 그 두려움을 말로 표현하자면... 아무리 귀를 귀우려봐도 주변은 무덤 속처럼 적막하여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음... 음...'하는 죄인들이 내는 아주 작은 외마디 신음소리뿐이었습니다.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온갖 지옥의 고통을 다 겪으며 지칠대로 지쳐서 소리를 낼 힘조차 사라진 겁니다. 그러니 칸다가 제아무리 대도둑이었다 할지라도 피의 연못에서는 마치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그저 버둥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칸다가 핏물을 게워내며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던 중, 그 컴컴하고 쥐죽은 듯 괴괴한 어둠을 뚫고, 아득히 먼 저 하늘에서 은빛 거미줄이, 마치 사람 눈에 띄길 두려워하는 것처럼, 가늘게 반짝거리며 살며시,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게 아닙니까. 칸다는 이걸 보자 무심코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 줄을 잡고 올라가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라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아니, 잘만 간다면 극락에도 갈 수 있겠지요. 대도둑이었던 칸다에게 줄타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니까요. 그러면 더 이상 칼 산을 오르내릴 일도 피의 연못에 잠기는 일도 없을 겁니다.
칸다는 얼른 은빛 거미줄을 양손에 딱 움켜쥐고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해 위로, 위로,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옥과 극락 사이 거리는 너무나 멀기에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지옥 하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지쳐버린 칸다는 어쩔 수 없이 거미줄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잠시 쉬면서 밑을 내려다봤습니다.
오호! 열심히 올라간 보람이 있어 피의 연못은 어느새 어둠 속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칼날 바늘이 반짝거리던 무시무시한 칼 산도 저 발밑에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칸다는 거미줄을 꽉 쥐며 지옥 밑바닥에 떨어진 이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목소리로 "됐다, 됐어."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거미줄 저 아래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인들이 마치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칸다는 너무 놀라 순간 멍하게 입을 벌린 채 눈알만 굴렸습니다. 이 가느다란 거미줄이 어떻게 저 많은 사람의 무게를 견디겠습니까. 겨우 여기까지 올라온 자기마저도 지옥으로 다시 떨어지고 말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큰일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몇 백, 몇 천, 무수히 많은 죄인들이 검붉은 피의 연못 밑바닥에서 꾸역꾸역 거미줄 아래로 몰려와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거미줄은 뚝 끊어지고 말겁니다. 그래서 칸다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며 발을 굴렀습니다.
"야, 이 도둑놈들아. 이 줄은 내거야. 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올라오는 거야. 내려가. 당장 내려가."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거미줄이 갑자기 칸다의 손에서 ‘두둑’ 소리를 내며 끊어졌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칸다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팽이처럼 핑핑 돌면서 어둠 속 저 밑바닥으로 거꾸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지옥의 허공에는 끊어진 은빛 거미줄만이 희미하게 반짝거리며, 달도 별도 없는 하늘 중간에서 대롱대롱 흔들릴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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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극락 연못의 가장자리에 서서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셨습니다. 이윽고 칸다가 피의 연못 밑바닥으로 완전히 가라앉자 슬픈 미소를 남기고 다시 고요하게 걷기 시작했습니다.극락의 연못에 핀 연꽃들은 지옥의 일에 무관심합니다. 백옥처럼 새하얀 연꽃은 부처님의 발아래에서 하늘하늘 꽃받침을 흔들고, 연꽃송이 가운데 금빛 꽃술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으로 가득 넘쳐흘렀습니다. 극락도 이제 한낮입니다.
(이야기꾼 : 연못을 한 바퀴 돌듯이 게송을 읆조리며 퇴장)
Kamma·ssak·omhi, kamma·dāyādo kamma·yoni kamma·bandhu kamma·paṭisaraṇo
Yaṃ kammaṃ karissāmi, kalyāṇaṃ vā pāpakaṃ vā, tassadāyādo bhavissāmī ti.
나는 업의 주인, 업의 상속자, 업으로 태어났으니, 업은 나의 친족 나의 의지처.
내가 지은 선업이건 악업이건, 지은 그 업에 따라 업보를 받아야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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