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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보살이 지옥에 간 이유

2019. 3. 7
보살이 왜 지옥에 갔을까? 선업만 행하는 보살인데 어떻게? 지장보살처럼 지옥 중생 구제를 위해서 간 것일까?


자-따까 내용을 대충 훑어보다가 두 개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먼저 발견한 것은 신통력으로 날아가면서 지옥을 구경한 것. 이건 별로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두 번째로 발견한 것은, 오호! 
전체 547개 이야기 중 제일 마지막 권(주석서 총 6권)에 있는 내용이라... 아마도 이 이야기의 전체 내용에 대한 번역은 2~3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미리 살짝 이야기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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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건강한 왕자로 태어났지만 왕이 되지 않으려고 16년 동안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귀머리 벙어리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자로 행세했던 이야기가 있다. (이 소재는 다른 여러 구전 문학에서 다뤄지고 있으니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이 이야기를 주로 인내 바라밀과 결단 바라밀에 대한 교훈으로서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의 전체 배경은 보살의 출리 바라밀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비구에게 탁 와닿은 내용은 인내, 결단, 출리 바라밀 이전에, 본론 전에 간략하게 소개된 사소한 이야기들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왕비가 아들을 임신하기 위해 신에게 어떻게 기도를 했는지를 통해 "소원성취 기도의 모범(보시, 지계, 그리고 진실 바라밀의 힘)"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보살이 지옥을 구경하러 간 것이 아니라 보살이 행한 악업에 의해 스스로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은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다.

바른 일만 하는 보살이 어떻게 지옥에 가게 되는 악업을 지었을까? 

보살의 지혜가 성숙하지 않아 환경의 지배를 받은 것이 그 원인이다. 보살이 왕이었을 때 죄인들에게 혹독한 형벌을 내리는 일을 20년간 했고, 그 과보로 800년을 지옥에서 고통받았다는 것이다. 아니, 왕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나쁜 사람에게 벌을 준 정의의 심판인데? 그 과보로 지옥에 갔다니... 

재가자였을 때, 사람이 무슨 권리로 다른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을까 그것이 바른 일일까 의문을 가졌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인 판.검사란 직업이 참 불행한 직업이라 생각을 했었다. 


업을 행하면 스스로 과보를 받게되는데, 그 업에 종속된 인간으로서 상대방의 업에 내가 행위를 해서 어떤 새로운 업을 더하면, 그 더한 업은 내 자신의 업이 될 뿐... 사회에서 정의의 문제만 보면 도덕의 문제이기에 선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정의의 심판자가 되어 고통을 주는 벌을 남에게 가하면 그것은 악업이 되는 것이다. 

 

(업의 과보 문제는 좀 미묘하다. 정의의 실현이 악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어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달려드는 강도를 죽인다면, 사람을 살린 것은 선업이지만 강도를 죽인 것은 악업이 되고 각각 다른 과보를 받는다. 영웅 서사에서 악을 징벌하는 영웅들은 대부분 정의의 사도이기에 죽으면 천상에 갈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업의 관점을 첨가하면 살아있는 생명에게 반복하여 고통을 가한 업의 힘으로 지옥의 고통도 경험할 것이다. 비록 지옥의 기간이 일반적인 범죄자들처럼 길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새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세상을 구한 영웅들의 사후 이야기 시리즈 1.지옥편, 2.천상편 등... 또는 전쟁의 비극은 이 생만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까지 모두에게 이어지는 이야기로 만들어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도 있고. 그러나...... 부도덕한 권력자가 민중을 미리 굴복하게 만드는 이야기로도 만들수 있다. 슬프게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업과 업의 결과가 세상에 드러나는 일을 설명하려다 그냥 입을 닫아버리게 된다. 인간의 입장에선 너무나 불합리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선인 선과 악인 악과가 아닌, 선인임에도 한 없이 얽히고 섥혀있는 윤회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악과들에 대해, 세상의 선이라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세상의 파괴를 가져오는 과보에 대해, 우리가 바랐던 선업이 순간 악업으로 변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업은 인간의 보편 감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때로는 너무나 차갑고 날카롭다. 무한한 시공간에 중첩된 업의 무게를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버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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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로 태어난 보살이 온갖 쾌락의 유혹과 극심한 고통을 주는 시험을 16년이나 참아내면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자로 행세하겠다는 결단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인 왕이 강도 3명에게 고통스런 형벌을 내리는 모습을 본 순간, 보살은 전생에 20년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고, 그 결과로 지옥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너무나 놀라고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왕자가 어른이 되면 왕이 되어 자신의 아버지처럼 또한 전전전생에서 했었던 죄인들에게 형벌을 내리는 그 일을 해야하니까... 그 결과는 지옥의 고통이 뒤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인간으로서 지금 겪는 어떠한 쾌락의 유혹도 어떠한 극심한 고통도 지옥의 고통스런 기억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제자들이 법당에 모여 부처님께서 왕위를 포기하고 깨달음을 위한 출가를 결단한 그 마음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칭송하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들려준 이야기이다. "아니다. 여래의 지혜가 성숙하지 않은 보살이었을 때 왕위를 포기한 이유 중에는 그렇게 훌륭한 마음이 아닌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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