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친구들_기획연재]이야기 스님의 미얀마 이야기 7. 결혼
미얀마 불교도들은 보통 우기가 끝나고 날씨가 시원해지는 겨울에서 봄 사이에 결혼식을 한다. 이러한 전통은 날씨때문만 아니라 불교 수행을 존중하는 문화적 요인도 크다. 우기 기간에는 스님들이 3개월 동안 명상수행에 집중하여 금욕적인 생활을 하기에 신도들 또한 다른 때 보다 더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그래서 3개월 동안 매주 하루는 오후불식을 하고 성행위를 하지 않는 신도들도 많다. 그렇기에 당연히 결혼식도 우기의 안거 기간에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우기의 안거수행이 끝나는 10월부터 미얀마 전국이 들썩거린다. 3개월 동안 명상수행에 집중한 스님들은 은혜로운 스승과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마을에서는 절과 스님들을 위한 가사 보시 행사를 비롯하여 마을 잔치와 운동회를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5월의 부처님오신날 무렵에 가장 성대한 축제의 장이 펼쳐지지만, 미얀마에서 부처님오신날은 가사 보시 행사에 비하면 매우 소박하고 경건하게 보낸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안거 가사 보시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4월 미얀마 새해무렵까지는 크고 작은 잔치가 끊이질 않는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결혼식이 계속 이어진다. 결혼식을 하는 집은 커다란 스피커를 설치하여 전날부터 음악을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전날부터 춤을 추고 노래부르며 흥겹게 놀다가, 결혼하는 날엔 스님을 초청하여 스님께 보시를 하고 법문을 듣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베푼다.
미얀마의 마을 결혼식 참고 ; (미얀마 17-2) 우연히 만난 미얀마의 전통결혼식 https://blog.naver.com/hansongp/221417353446
대구의 찟따수카 미얀마 불교사원에 올해 갑자기 급증한 행사가 있다. 바로 미얀마인의 결혼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왜냐하면 과거 미얀마인 여성은 유학 비자 아니고는 한국에 올 수 없었고 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 다 미얀마로 돌아갔다. 그래서 평소 미얀마 불교사원에는 남자 노동자들로 가득 했고 가끔 큰 행사때만 여학생들이 법회에 참석하곤 하였다. 그런데 미얀마 쿠데타가 장기화되고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정부에서 미얀마인에게는 비자가 만료되거나 여권 갱신을 하지 못하더라도, 한시적 특별 체류비자인 G1-99 비자를 6개월마다 승인해 주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대학교 졸업 후 미얀마로 돌아갔던 여학생들이 한국에 남아 공장에 취직하여 일하게 되면서 많은 미얀마인 남여 커플들이 생겨난 것이다.
남성 노동자 역시 과거에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얀마로 돌아가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장기 체류할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국 땅에서 결혼을 하고 살기 위해 미얀마에 살고 있는 약혼녀를 한국으로 유학 오게하여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이미 미얀마에서 결혼을 한 노동자의 경우는, 한국에서 마침 노동인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한 E-7전문노동인력비자 자격의 완화에 따라, 장기체류비자로 바꾸어서 미얀마에 있는 결혼한 아내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의 미얀마 커뮤니티에 올라온 결혼식 청첩장.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야외웨딩사진도 촬영한다.
결혼 법회 후에는 신랑신부와 증인들이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문득, 양가 부모와 친척의 축하없이 한국 땅에서 결혼하는 청년들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결혼을 하면 유급휴가를 받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만 미얀마 청년들은 결혼을 해도 공장에서 축하금을 주거나 휴가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일요일에 결혼식을 하고 월요일에는 공장으로 바로 일하러 가야한다고 한다. 공장의 한국인 사장들이 먼 타국에서 부모없이 결혼하는 이 젊은이들을 더 축하하고 격려해 주면 좋으련만… 한국인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들은 힘든 시기에 결여된 것이 많은 만큼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는 힘은 더욱 강할 것이라 믿어본다.
미얀마에 가면 양곤 공항의 부조 조각으로, 거리와 파고다 주변의 조각상으로, 그리고 결혼서약서의 겉표지 등에서 새의 몸을 한 남년 한 쌍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남녀는 매우 아름다운 모습과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꽃향기 따라 즐겁게 노니는 반인반수의 신이다. 인도 신화와 불교 전생담에서 유래된 이야기를 형상화 한 것으로, 이 이야기는 동남아 문화권에서 사랑과 헌신의 가치를 숭상하며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미얀마 문화에서는 남편인 낀나라와 부인인 낀나리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에서 시작하여, 부부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성취의 상징으로도 다루어진다.
불교 전생담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한다면, 아름다운 낀나리를 소유하려는 한 왕이 남편인 낀나라를 활로 쏴 거의 죽게 만든 후 낀나리를 왕비로 삼고자 유혹을 한다. 그러나 낀나리는 비통함에 울부짖으며 왕의 유혹을 거절하고, 죽음 직전에 이른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신들의 왕인 제석천을 불러낼 정도의 헌신을 다해 결국 남편을 살려낸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현대인에게는 큰 감흥이 없겠지만, 과거에는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권력투쟁과 이웃 나라와의 빈번한 전쟁 과정에서 수 많은 여성들이 남편을 잃고 생존의 기로에 서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확고한 믿음을 갖고 지고지순한 사랑과 헌신으로 재난을 극복해내는 부부의 이야기는 분명 힘겨운 삶을 버텨내는데 큰 희망과 힘을 줬을 것이다.

사진 - 양곤 공항 로비에 설치된 낀나라 낀나리 부조
낀나라 낀나리 부부의 변치않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힘으로, 먼 이국땅에서 가족을 이루고 언제 고향땅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 미얀마 청년들이, 아무리 어려운 역경일지라도 희망을 잃지않고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모든 어려움들을 다 헤쳐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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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여 지이다
Sabbe sattā bhavantu sukhitatt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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